"생명 살린 부모님처럼…저희도 장기기증 동참"

입력 2022-02-21 17:23   수정 2022-02-22 00:10


“다섯 분에게 새 생명을 드리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돕는 간호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2013년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박선화 씨의 아들 김현진 씨(21)는 올해 동남보건대 간호학과에 입학한다. 타인에게 생명을 나눈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이다.

김씨의 아버지 김충효 씨도 부인이 떠난 이듬해 생면 부지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부인의 생명 나눔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부모님 두 분의 장기기증을 보면서 생명을 나누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고, 큰 용기가 필요한 위대한 일임을 깨달았다”며 “당장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간호사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21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D.F(도너패밀리) 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서는 김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에게 장학증서가 전달됐다. 본부는 2020년 D.F 장학회를 출범해 장기기증인의 유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장학생 8명에게 1100만원, 지난해에는 10명에게 1220만원을 전달했다.

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뇌사 장기기증인 2465명 가운데 62%(1530명)는 30~50대다.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자녀를 둔 가장들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본부 관계자는 “유자녀들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갖고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학업과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우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유자녀 10명이 선발됐다. 수여식에 참석한 안가은 씨(23)는 2년 전 뇌사로 숨을 거두며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한 고 안경상 씨의 첫째 딸이다. ROTC(학군사관 후보생)로 대학에 재학 중인 안씨는 “여전히 아버지를 떠올리면 슬픔에 잠기지만, 아버지로 인해 누군가가 새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안씨와 그의 어머니는 생명 나눔에 대한 소신으로 모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다.

이번에 수여된 장학금은 구산장로교회, 목천교회, 안성중앙교회, 한사랑교회, 국민은행 중곡동지점, 네이버 해피빈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익명의 심장 이식인도 후원에 참여했다. D.F 장학생은 뇌사 장기기증인의 자녀이며 만 25세 이하인 중·고·대학생 중 선발한다. 매년 1월 신청을 받고, 2월에 장학금을 수여한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자녀가 그들의 부모만큼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유자녀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자긍심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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